

왜 지금 SaaS M&A를 주목해야 하는가
SaaS(Software as a Service) 산업은 단일 기술이 아닌, 기술·비즈니스·운영 모델이 복합적으로 얽힌 다층적 성장 산업이다. 초기에는 클라우드 기반으로 소프트웨어를 유통하는 기술적 전환이 핵심이었지만, 이제는 사용자 경험, 데이터 통합, AI 내재화, 생태계 확장 등 복합적인 경쟁 요소들이 SaaS 시장의 구조를 바꾸고 있다.
이처럼 시장과 기술이 빠르게 진화하는 상황에서, 단순히 유기적 성장만으로는 시장 내 입지를 강화하기 어려운 시점이 도래했다. 특히 대규모 고객 확보, 핵심 기능 고도화, 글로벌 진출 등 전략적 성장을 위해서는 외부 자산을 흡수하는 ‘비유기적 성장’, 즉 인수합병(M&A)이 필수 전략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최근 수년간 글로벌 SaaS 기업들이 보여준 인수합병 사례는, 단순한 경쟁사 인수나 기능 보완을 넘어 플랫폼 전환, 산업 수직화, AI 기능 내재화와 같은 거시적 전략 전환과 맞물려 있다. 과거에는 기능 하나를 확보하기 위한 인수가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사용자 여정(User Journey)의 통합, 엣지에서의 실시간 협업 환경 구축, 고객경험 데이터의 정성적 분석 능력 확보 등으로 M&A의 목적이 다층화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Cloudflare, Qualtrics, HubSpot 등 글로벌 SaaS 기업들의 최근 인수합병 사례를 중심으로, 시장 재편과 기술 전략의 흐름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아울러 이를 통해 드러나는 AI 중심 구조 전환, 수직 SaaS 확장, 플랫폼화 전략의 공통 패턴을 정리하고, 한국 SaaS 기업에게 주는 전략적 시사점까지 조망하고자 한다.
1. 글로벌 SaaS M&A 시장의 주요 흐름
2020년대 들어 SaaS 산업은 급속한 성장을 넘어 구조적 전환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가속화된 디지털 전환 수요, 클라우드 인프라의 저변 확대, 원격 협업 툴의 확산 등으로 인해, 대부분의 SaaS 기업들은 핵심 기능의 확보뿐만 아니라 생태계 내 경쟁 우위 확보를 위한 전략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M&A는 SaaS 산업 전반에 걸쳐 핵심 성장 수단이자 재편 도구로 떠올랐다. PitchBook, CB Insights 등 주요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2020~2024년 사이 글로벌 SaaS M&A 거래 건수와 금액 모두 꾸준히 증가했으며, 특히 2021년과 2022년에는 대형 IT 기업뿐만 아니라 중견 SaaS 기업들의 활발한 인수 사례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
이러한 M&A의 동기는 단일하지 않다. 몇 가지 대표적인 방향은 다음과 같다.
기술 확보: AI/ML 역량 내재화, 실시간 협업 기능, 고급 분석 기능 등 제품 고도화에 필요한 핵심 기술을 외부에서 빠르게 흡수
고객군 확대: 기존 고객층과 보완적인 성격을 가진 타겟군 확보 (예: B2B → SMB, 수직 산업군 확대)
수직통합 및 플랫폼화: 단일 기능 SaaS에서 벗어나 고객 여정 전반을 통합 관리하는 풀스택 SaaS 전략 추진
→ 이는 "앱 단위 경쟁"에서 "플랫폼 중심 경쟁"으로의 전환을 의미
특히 주목할 점은, Salesforce, Adobe, Microsoft와 같은 초대형 기업의 인수합병뿐 아니라, Cloudflare, HubSpot, Qualtrics와 같은 중견 SaaS 기업들이 시장 포지셔닝을 바꾸기 위해 적극적으로 M&A 전략을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단순히 기능 보완을 위한 수평적 인수에서 벗어나, 자사 핵심 기능과 시너지를 내는 기술, 데이터, UX 기업들을 선택적으로 흡수하며 제품-플랫폼 간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SaaS 사용자 경험을 설계해 나가고 있다. 이처럼 SaaS M&A는 단기 성장 지표의 확장이 아닌, 시장 재편을 주도하고 기업 전략을 전환하는 장기적 구조 전략의 수단으로 작용하고 있다.
2. 전략적 M&A 사례 분석
2-1. Cloudflare – Partykit / Outerbase
Cloudflare는 CDN, DNS, 보안 등 글로벌 인터넷 인프라 서비스를 중심으로 성장해온 기업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단순 인프라 제공에서 벗어나 ‘개발자를 위한 풀스택 SaaS 플랫폼’으로의 전략적 진화를 추구하고 있으며, Partykit과 Outerbase 인수가 그 흐름의 핵심이다.
먼저 2023년 말 인수한 Partykit은 실시간 협업 기능을 서버리스 환경에서 손쉽게 구현할 수 있게 해주는 인프라 SaaS다. Google Docs나 Figma처럼 복수 사용자가 동시에 작업하거나 상태를 공유해야 하는 애플리케이션은 WebSocket 기반의 실시간 동기화 기술이 필수인데, Partykit은 이러한 기능을 Cloudflare Workers라는 엣지 서버리스 환경과 결합해 제공할 수 있게 했다. 이는 곧 Cloudflare 플랫폼 위에서 리치한 협업형 SaaS 애플리케이션 개발이 가능해졌음을 의미한다.
이어서 2024년 인수한 Outerbase는 서버리스 데이터베이스(D1)와 통합되어 작동하는 SQL 시각화 및 관리 UI SaaS다. 기존의 DB 관리 도구와 달리, Outerbase는 마치 Airtable과 같은 친숙한 인터페이스를 통해 개발자뿐 아니라 비기술 사용자도 쉽게 데이터를 조회하고 조작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Cloudflare는 이 인수를 통해 개발자뿐 아니라 비즈니스 사용자까지 포함하는 프론트엔드-백엔드 통합 SaaS UX 제공 전략을 가시화했다.
두 인수 모두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전략은 다음과 같다.
Edge 기반 개발자 환경 고도화: Workers, D1, R2 등 자체 인프라에 실시간 협업 기능과 UI 관리 도구를 접목하여 엣지에서 SaaS 전체를 구성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
DevOps → DevUX 확장: 기존 인프라 중심 고객에서 벗어나, 앱을 ‘만드는 사용자’인 개발자와 스타트업을 위한 SaaS 생태계로 진입
인프라에서 플랫폼으로의 이동: 단순한 트래픽 처리나 보안 제공이 아니라, 앱 구축 전반을 Cloudflare 위에서 해결하는 SaaS 운영체계 지향
결과적으로, Partykit과 Outerbase 인수는 단순한 기능 추가가 아니라, Cloudflare가 ‘인프라 SaaS’에서 ‘개발자 SaaS 플랫폼’으로 중심축을 이동시키는 장기 전략 전환의 신호탄이라 할 수 있다.
이는 향후 생성형 AI 기반 앱, 협업 SaaS, 데이터 서비스 등 고부가가치 애플리케이션 생태계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기반으로 작용할 것이다.
2-2. Qualtrics – Clarabridge
Qualtrics는 설문조사 기반의 정량 피드백 수집 도구로 시작해, 고객경험관리(XM, Experience Management) 분야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해왔다. 하지만 고객이 남기는 데이터는 설문지와 같이 구조화된 정량 데이터만이 아니다. 실제 제품·서비스와 관련한 감정과 인사이트는 SNS, 리뷰, 고객센터 대화, 이메일과 같은 비정형·정성 데이터에서 더욱 풍부하게 나타난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반영하듯, Qualtrics는 2021년 비정형 텍스트 분석 전문 SaaS 기업인 Clarabridge를 약 12억 달러에 인수했다. Clarabridge는 자연어 처리(NLP) 기술을 기반으로 고객이 남긴 자유응답, 콜센터 상담, 소셜미디어 게시글 등에서 감정·의도·이슈 등을 정교하게 분석하는 기능을 제공하며, AI 기반 고객 인사이트 SaaS로 성장해왔다.
이번 인수로 Qualtrics는 다음과 같은 전략적 효과를 얻었다.
정량(설문) + 정성(비정형 피드백) 데이터 통합
→ 다양한 채널에서 수집되는 고객 피드백을 하나의 경험 관리 플랫폼에서 처리
NLP 기반 AI 기능 내재화
→ 감성 분석, 키워드 추출, 고객 이탈 조짐 탐지 등 고급 분석 가능
가치사슬 상단 통합
→ 단순 피드백 수집 도구를 넘어, 고객의 ‘목소리’를 실시간으로 해석하고 조직 내부 의사결정으로 연결
이 사례는 기술 내재화와 동시에 플랫폼의 범위와 깊이를 확장하는 수직적 전략 인수의 대표적 형태다.
Qualtrics는 이제 고객 경험을 단순히 ‘듣는 것(listening)’을 넘어서, ‘해석하고 대응하는 것(understanding and acting)’으로 전환하는 SaaS로 진화하고 있다. 결국, Clarabridge 인수는 Qualtrics가 경험관리(XM) 시장 내에서 단순한 피드백 수집 툴이 아닌, 고객 중심 인텔리전스 플랫폼으로 위상을 공고히 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다. 이는 고객 데이터가 더 이상 단순한 설문 수치가 아니라, 비즈니스 전략의 실시간 신호로 작동해야 한다는 시장의 기대 변화를 반영한 결정이라 할 수 있다.
2-3. HubSpot – PieSync / The Hustle / Clearbit 투자
HubSpot은 CRM과 마케팅 자동화 도구로 잘 알려진 대표적인 SMB(중소기업) 대상 SaaS 플랫폼이다. ‘인바운드 마케팅’이라는 개념을 창출한 이 기업은, 오랜 기간 콘텐츠 중심의 고객 유치 전략을 강조해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단순히 고객을 유치하는 SaaS에서 고객 획득부터 전환·운영까지 전 여정을 통합 관리하는 플랫폼으로 전략을 전환하고 있다. 이러한 방향성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HubSpot은 일련의 전략적 M&A와 투자를 진행했다.
먼저 PieSync(2019) 인수는 다양한 SaaS 간 양방향 실시간 데이터 동기화 기능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였다. 과거의 CRM 시스템은 외부 애플리케이션과의 연결이 단방향이거나 수동적이었다. 그러나 PieSync는 Google Contacts, Microsoft 365, Mailchimp 등 다수의 SaaS와 양방향 데이터를 자동으로 실시간 연동해, HubSpot이 데이터 중심 마케팅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발판이 되었다. 이어 The Hustle(2021) 인수는 상당히 이례적인 행보로 주목받았다.
The Hustle은 B2B 스타트업 중심의 뉴스레터 및 콘텐츠 미디어 브랜드로, HubSpot은 이를 인수함으로써 자체 콘텐츠 유통 채널을 확보하고, 사용자와의 초기 접점을 ‘검색 광고’나 ‘SEO’가 아닌 자체 콘텐츠 소비로 전환시켰다. 이는 SaaS 기업이 콘텐츠 미디어를 직접 인수해 브랜드 확산 → 리드 확보 → 전환까지 내재화하는 전략의 대표적 사례다.
또한 HubSpot은 B2B 데이터 인텔리전스 SaaS인 Clearbit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하며, 영업 및 마케팅 자동화 과정에서 필요한 실시간 고객 데이터 제공 역량을 확보하고자 했다. Clearbit의 데이터는 사용자의 웹사이트 행동, 조직 정보, 산업별 속성 등을 포함하고 있어 리드 자동 분류 및 타겟팅의 정확도를 비약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
이 세 가지 인수·투자 사례는 공통적으로 다음과 같은 전략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데이터 중심성 강화: CRM이라는 저장 공간에 머무르지 않고, 외부 SaaS와 실시간 연동되는 데이터 허브로의 진화
콘텐츠 통합: 콘텐츠 생산-배포-전환까지 아우르는 미디어 SaaS 전략
마케팅 + 세일즈 자동화 수직 통합: 고객 여정 전체를 통제할 수 있는 플랫폼화 전략
HubSpot은 이처럼 기능적 도구의 조합이 아니라, 고객 획득부터 전환까지의 전체 마케팅 생태계를 통합 관리하는 SaaS 플랫폼을 지향하고 있으며, 그 중심에 PieSync, The Hustle, Clearbit와 같은 외부 역량 흡수 전략이 있다. 이는 한국 SaaS 기업들이 ‘고객 기반 확대’에만 집중하는 기존의 인수 전략에서 벗어나, 콘텐츠·데이터·자동화 요소까지 포괄하는 생태계 중심 사고로 확장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참고 사례다.
3. M&A를 통해 드러나는 SaaS 시장 트렌드
3-1. AI/ML의 내재화
최근의 SaaS 시장에서 가장 두드러진 구조적 변화는 AI/ML의 기능 내재화다.
이전까지 SaaS는 특정 비즈니스 문제를 해결하는 단일 기능 중심의 툴로 제공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현재는 동일 기능이라도 예측, 추천, 자동화와 같은 AI 기반 역량을 포함하고 있느냐가 경쟁력의 핵심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는 고객의 요구가 단순히 "기능을 제공받는 것"에서 "지능적 인사이트를 얻는 것"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CRM 도구가 단순히 고객 정보를 정리하는 수준에 머무른다면, 더 이상 시장에서 차별성을 갖기 어렵다. 고객 이탈 가능성을 예측하거나, 가장 전환 가능성이 높은 리드를 자동으로 분류해주는 기능이 포함되어야 실질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SaaS로 인정받는다.
실제 사례에서도 이러한 흐름은 명확히 나타난다. 앞서 살펴본 Qualtrics의 Clarabridge 인수는 감성 분석 및 자연어 처리를 통해, 고객 피드백에서 실시간 인사이트를 자동 추출하는 AI 기능을 고도화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HubSpot의 Clearbit 투자 역시, 웹사이트 방문자의 조직 속성·산업군·관심도 등을 AI로 분류하여 세일즈 자동화를 극대화하는 목적으로 진행되었다.
AI 내재화는 단순한 기능 추가가 아니라, 기존 SaaS의 서비스 정의(Service Definition) 자체를 변화시키는 요소로 작용한다. 기존에는 '누가 더 많은 기능을 갖췄는가'가 경쟁력이었다면, 이제는 '누가 더 똑똑한 결정을 대신 내려주는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고 있다. 이는 B2B SaaS 시장에서 고객 기업이 요구하는 ROI(투자 대비 성과) 기준이 ‘기능 활용’에서 ‘의사결정 지원’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향후 SaaS 기업들은 AI 기능 자체보다도, 이러한 지능형 기능이 서비스 전반에 얼마나 자연스럽게 녹아드는가를 기준으로 제품 경쟁력을 재정의해야 할 것이다.
3-2. 수직 SaaS로의 전환
글로벌 SaaS 시장이 성숙 단계에 접어들면서, 단일 기능을 폭넓게 제공하는 수평적 SaaS보다 특정 산업군·고객군에 맞춤화된 수직(Sector-Specific) SaaS의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전환은 단지 사용자 인터페이스나 메시지 수준의 조정이 아니라, 도메인 특화 데이터 처리, 업무 플로우 내재화, 규제 환경 대응력 확보 등 근본적인 제품 설계의 전환을 요구한다.
예를 들어, 의료, 금융, 제조, 교육과 같은 산업은 각기 고유한 데이터 구조와 보안 기준, 운영 방식이 존재한다. 이에 따라 "누구나 쓰는 SaaS"보다는 "나를 위해 만들어진 SaaS"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고 있으며, 이는 공급자 측에도 더 높은 유지율과 고객 생애 가치(LTV)를 안겨주는 구조다.
이러한 흐름에서 M&A는 수직 SaaS 전략을 빠르게 구현하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수단으로 작용한다. 자체적으로 특정 산업의 전문성을 확보하기엔 시간과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이미 해당 도메인에 특화된 스타트업이나 마이크로 SaaS를 인수하여 기존 플랫폼에 통합하는 방식이 주류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
앞서 언급한 Qualtrics–Clarabridge 사례도 이와 맥락을 같이한다. Clarabridge는 컨택센터, 항공사, 유통업계 등 다양한 산업군의 비정형 피드백을 정제하는 데 특화되어 있었고, 이를 통해 Qualtrics는 고객 경험 관리(XM) 분야에서 산업별 특화 분석 기능을 빠르게 내재화할 수 있었다.
또한, HubSpot은 PieSync와 The Hustle 인수를 통해 마케팅·세일즈 자동화를 특정 규모(SMB)와 산업군(스타트업, 테크 기업)에 맞춤화된 기능 집합으로 정교화했다. 이는 단순한 기능 추가가 아닌, 특정 고객군의 구매 여정 전체를 설계하고 통제할 수 있는 구조로 SaaS를 수직화한 전략이다. 이처럼 수직 SaaS로의 전환은 단순한 기능 조정이 아니라, 고객의 산업 환경과 언어에 맞춘 완전한 사용자 경험 설계를 의미하며, M&A는 이 과정에서 핵심적인 시간 단축 및 리스크 회피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다.
3-3. 플랫폼화와 기능 통합
초기 SaaS 생태계에서는 서비스 간 연동(Integration)이 핵심 경쟁력이었다. Slack, Salesforce, Zoom 등 각 기능별 강점을 지닌 SaaS들이 API를 중심으로 느슨하게 연결되는 방식은 각 기업이 필요에 따라 기능을 조합하고 워크플로우를 설계할 수 있게 해주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러한 연결성만으로는 사용자 기대치를 충족시키기 어려운 환경으로 변화하고 있다. 복수의 SaaS를 사용하는 기업 사용자들은 서로 다른 시스템에 흩어진 데이터, 중복되는 설정, 단절된 사용자 경험(UX)으로 인해 오히려 업무 복잡성과 관리 비용이 증가하는 문제를 겪고 있다. 이에 따라 단순 연동을 넘어서, 핵심 기능을 직접 흡수하고 통합하는 ‘플랫폼화 전략’이 SaaS 기업들의 주요 성장 방향으로 자리잡고 있다.
실제로 앞서 분석한 사례에서도 이 흐름은 분명히 나타난다. HubSpot은 PieSync 인수를 통해 외부 SaaS와의 동기화를 단순한 API 호출이 아니라 자사 CRM 내부의 데이터 연동 레이어로 완전히 내재화했으며, The Hustle 인수는 콘텐츠 제작-배포-전환이라는 마케팅 파이프라인을 하나의 SaaS 플랫폼 내부에서 통합 실행 가능하게 만들었다. Cloudflare 역시 Workers·D1·R2와 같은 서버리스 인프라 위에 실시간 협업 기능(Partykit)과 DB 관리 UI(Outerbase)를 탑재함으로써, 기존에는 개별 SaaS로 구성되던 개발 환경을 하나의 통합 개발 플랫폼으로 수렴시키고 있다.
이러한 플랫폼화 전략은 다음과 같은 구조적 장점을 가진다.
UX 간소화: 여러 SaaS의 로그인, 설정, 데이터 이동 없이 단일 인터페이스 내에서 전체 흐름을 처리
데이터 통합: 고객 행동, 이탈률, 전환 등 모든 지표가 하나의 데이터 계층에서 분석 가능
고객 유지율 향상: 단일 플랫폼 안에 핵심 기능이 집중되면서 서비스 전환(Churn) 비용이 상승, 락인 효과 증가
결국 플랫폼화는 “어떤 기능을 제공하느냐”보다 “전체 여정을 얼마나 통합적으로 설계하느냐”가 중요한 경쟁력 요소가 되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러한 구조적 전환에서 M&A는 가장 빠르고 실용적인 전략적 수단이자, 경쟁사의 고객 여정을 흡수하는 방식의 방어적 플랫폼 강화 전략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3-4. 개발자 중심 생태계 확장
전통적인 SaaS는 비즈니스 사용자, 즉 기능을 ‘소비’하는 사용자를 중심으로 설계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SaaS 시장은 이러한 사용자 정의를 넘어, 기능을 ‘구성하고 확장하는 사용자’, 즉 개발자(Builder)를 핵심 고객군으로 포함시키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서버리스 컴퓨팅, API 기반 구조, 모듈형 SaaS 아키텍처의 보편화가 있다. 과거에는 SaaS가 고정된 기능 패키지를 제공했다면,
이제는 개발자가 자신의 워크플로우에 맞게 SaaS 기능을 조합·확장하거나, SaaS 위에서 새로운 앱을 구축할 수 있도록 설계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대표적인 사례가 Cloudflare의 플랫폼 전략이다. Cloudflare는 CDN·보안·DNS 같은 전통적 인프라 기능에 더해, Cloudflare Workers, D1(Database), R2(Object Storage) 등 서버리스 개발자 환경을 API 기반으로 제공하고 있으며, 여기에 실시간 협업 인프라(Partykit), 데이터 관리 UI(Outerbase)까지 인수하며 “개발자가 SaaS를 구축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와 유사하게, Vercel, Supabase, Retool 등도 기존 SaaS가 제공하던 기능을 개발자가 자신의 제품에 임베드하거나 확장 가능하게 지원함으로써, 단순 사용자 SaaS가 아닌 Developer-first SaaS 생태계로 재정의되고 있다.
이러한 개발자 중심 생태계 확장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진다.
기능 제공에서 ‘프로그래머블한 모듈’ 제공으로의 전환
→ SaaS 기능을 API·SDK 형태로 제공하여, 고객이 자유롭게 조합 및 확장 가능
B2B → B2D(Business-to-Developer)로의 고객 정의 확장
→ 실제 구매 결정자뿐 아니라 내부 개발자(Builder)가 평가 및 사용 주체가 됨
생태계 중심 설계
→ 단일 SaaS 기능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SaaS 위에서 앱과 도구들이 태어나는 플랫폼 구조 구축
결국 SaaS는 점점 더 ‘서비스’에서 ‘플랫폼’으로, ‘소비자 대상 제품’에서 ‘빌더 대상 생태계’로 이동하고 있으며, 이러한 확장은 단순한 유저 수 확장보다 훨씬 높은 잠금 효과(lock-in)와 네트워크 외부성을 창출하게 된다. 따라서 앞으로의 SaaS M&A 전략은 기능 확보뿐 아니라, 어떤 생태계를 설계하고 누구를 핵심 사용자로 정의할 것인가에 대한 전략적 판단과 직결될 것이다.
4. 한국 SaaS 기업을 위한 전략적 시사점
앞서 살펴본 글로벌 SaaS 기업들의 M&A 사례는 단순한 몸집 불리기나 기술 흡수가 아닌, 시장 구조의 재편과 생태계 설계에 가까운 전략적 판단이었다. HubSpot이 콘텐츠와 데이터 역량을 흡수해 ‘전환 가능한 고객 여정’을 통합하거나, Cloudflare가 서버리스·실시간 협업 생태계를 내부로 끌어들이며 플랫폼으로 진화한 과정은 “기능”이 아닌 “구조”를 설계한 M&A 전략이라는 점에서 시사점이 크다.
이러한 맥락에서 한국 SaaS 기업들이 주목해야 할 방향성은 다음과 같다.
4-1. “인수하는 쪽”과 “인수되는 쪽”을 동시에 고려한 전략 설계
글로벌 SaaS 시장에서의 M&A는 “강한 기업이 약한 회사를 흡수”하는 수직 논리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특정 기술, 고객군, UX 설계를 정교하게 확보한 소형 SaaS 기업이 M&A의 핵심 타겟이 되는 사례가 많다. 이는 국내 SaaS 기업이 자체 M&A를 기획하는 동시에, 인수 대상이 될 가능성 또한 전략적으로 준비해야 함을 뜻한다.
예를 들어 AI 기반 텍스트 분석, 국지적 세일즈 인텔리전스, 특정 산업군에 특화된 SaaS 등은 글로벌 기업이 ‘해외 현지화’ 또는 ‘신시장 확장’을 목적으로 빠르게 흡수하고자 하는 포지션이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M&A 가능성을 열어두고 설계된 SaaS 모델, 중장기적으로는 M&A를 통한 시장 내 포지셔닝 강화 전략을 동시에 고려할 필요가 있다.
4-2. AI 기능과 데이터 내재화는 필수 전략
앞서 정리한 바와 같이, AI 기능 내재화는 단순한 고급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고객이 SaaS에 기대하는 가치 제안(Value Proposition)의 중심이 ‘기능’에서 ‘지능’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다. 따라서 국내 SaaS 기업도 AI/ML 모델 내장, 추천·예측 기능 도입, 데이터 기반 자동화 흐름 설계 등 지능형 SaaS로의 전환을 강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 특히 국내 시장에선 여전히 ‘기능 제공’ 중심 SaaS가 많은 상황에서, 이러한 전환은 경쟁사 대비 명확한 차별화 포인트가 될 수 있으며, 나아가 글로벌 SaaS 기업의 기술적 M&A 타겟으로 자리잡는 데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4-3. “돈”보다 중요한 것은 기술·고객 기반의 정합성
글로벌 M&A는 자금력보다는 기술적 정합성과 고객 기반의 보완성이 핵심 판단 기준이다.
이는 한국 SaaS 기업들이 자체적인 M&A를 추진할 때에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매출 규모가 크거나 유명한 회사를 인수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SaaS의 가치 제안이 확장되는 방향에 맞는 대상인가를 먼저 검토해야 한다. 예컨대 B2B 영업 자동화 SaaS 기업이 콘텐츠 마케팅 SaaS를 인수하거나, 비용 관리 SaaS가 ESG 리포팅 기능을 확보한 회사를 흡수하는 식의 가치사슬 내 수직 통합 전략이 여기에 해당한다.
4-4. 글로벌 생태계와의 전략적 연계 필요
Cloudflare, HubSpot, Qualtrics 등의 사례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난 또 다른 시사점은 독립 SaaS로서 성장하는 동시에, 글로벌 SaaS 생태계 안으로 연결되려는 전략이다. 국내 SaaS 기업들도 AWS Marketplace, Salesforce AppExchange, Slack App Directory 등 글로벌 SaaS 플랫폼에의 모듈화된 연동 전략을 병행할 필요가 있으며, 이러한 “플러그인 전략”이 곧 해외 진출과 M&A 가능성으로 이어지는 통로가 될 수 있다.
결국, 한국 SaaS 기업이 M&A를 단순한 ‘확장 전략’으로 보는 데 그치지 않고, 생태계 설계, AI 내재화, 기술 정합성 중심의 전략적 구조 설계 수단으로 이해한다면, M&A는 위기가 아닌 지속가능한 경쟁력 확보의 계기가 될 수 있다.
SaaS의 미래는 ‘통합과 연결’에 달려 있다
오늘날 SaaS 시장에서의 M&A는 더 이상 단순한 성장 수단이 아니다. 이는 경쟁을 피하기 위한 방어적 선택도 아니며, 단기 수익 극대화를 위한 거래도 아니다. SaaS 기업의 정체성을 근본적으로 재정의하고, 고객 가치를 새롭게 설계하기 위한 구조적 변화의 핵심 수단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지금의 시장은 기능, 산업, 채널의 경계를 넘어 빠르게 통합되고 있다. AI는 더 이상 특정 기능의 부가 요소가 아니라, SaaS의 핵심 설계 원리로 자리 잡고 있고, 고객경험 관리(XM), 콘텐츠 마케팅, 자동화 워크플로우, 인프라 개발환경까지 서로 전혀 달랐던 영역들이 하나의 유기적 흐름으로 결합되는 SaaS 생태계로 재편되고 있다. 이런 변화 속에서 한 가지는 명확하다.
“혼자 크는 SaaS”는 점점 경쟁력을 잃는다. 고객은 더 이상 ‘하나의 기능이 잘 되는 서비스’를 원하지 않는다. 대신, 자신의 비즈니스 흐름 전체를 이해하고, 이를 데이터·AI·자동화로 통합해줄 수 있는 지능형 통합 플랫폼을 원한다. 그리고 이를 가장 빠르게 실현할 수 있는 전략적 수단이 바로 M&A다.
따라서 SaaS의 미래는 얼마나 많은 기능을 제공하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전략적으로 연결하고 확장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는가에 달려 있다. 이는 규모의 문제가 아닌 설계의 문제, 자본의 문제가 아닌 통찰과 정합성의 문제다.
앞으로의 SaaS 시장은
고객의 데이터 흐름과 행동을 해석할 수 있는 AI 역량,
산업군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도메인 특화 전략,
SaaS 생태계를 통합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플랫폼 비전을 가진 기업에게
더 넓고 지속가능한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변화의 지점에서 M&A는 선택이 아니라 전략의 본질이 될 것이다.
왜 지금 SaaS M&A를 주목해야 하는가
SaaS(Software as a Service) 산업은 단일 기술이 아닌, 기술·비즈니스·운영 모델이 복합적으로 얽힌 다층적 성장 산업이다. 초기에는 클라우드 기반으로 소프트웨어를 유통하는 기술적 전환이 핵심이었지만, 이제는 사용자 경험, 데이터 통합, AI 내재화, 생태계 확장 등 복합적인 경쟁 요소들이 SaaS 시장의 구조를 바꾸고 있다.
이처럼 시장과 기술이 빠르게 진화하는 상황에서, 단순히 유기적 성장만으로는 시장 내 입지를 강화하기 어려운 시점이 도래했다. 특히 대규모 고객 확보, 핵심 기능 고도화, 글로벌 진출 등 전략적 성장을 위해서는 외부 자산을 흡수하는 ‘비유기적 성장’, 즉 인수합병(M&A)이 필수 전략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최근 수년간 글로벌 SaaS 기업들이 보여준 인수합병 사례는, 단순한 경쟁사 인수나 기능 보완을 넘어 플랫폼 전환, 산업 수직화, AI 기능 내재화와 같은 거시적 전략 전환과 맞물려 있다. 과거에는 기능 하나를 확보하기 위한 인수가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사용자 여정(User Journey)의 통합, 엣지에서의 실시간 협업 환경 구축, 고객경험 데이터의 정성적 분석 능력 확보 등으로 M&A의 목적이 다층화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Cloudflare, Qualtrics, HubSpot 등 글로벌 SaaS 기업들의 최근 인수합병 사례를 중심으로, 시장 재편과 기술 전략의 흐름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아울러 이를 통해 드러나는 AI 중심 구조 전환, 수직 SaaS 확장, 플랫폼화 전략의 공통 패턴을 정리하고, 한국 SaaS 기업에게 주는 전략적 시사점까지 조망하고자 한다.
1. 글로벌 SaaS M&A 시장의 주요 흐름
2020년대 들어 SaaS 산업은 급속한 성장을 넘어 구조적 전환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가속화된 디지털 전환 수요, 클라우드 인프라의 저변 확대, 원격 협업 툴의 확산 등으로 인해, 대부분의 SaaS 기업들은 핵심 기능의 확보뿐만 아니라 생태계 내 경쟁 우위 확보를 위한 전략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M&A는 SaaS 산업 전반에 걸쳐 핵심 성장 수단이자 재편 도구로 떠올랐다. PitchBook, CB Insights 등 주요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2020~2024년 사이 글로벌 SaaS M&A 거래 건수와 금액 모두 꾸준히 증가했으며, 특히 2021년과 2022년에는 대형 IT 기업뿐만 아니라 중견 SaaS 기업들의 활발한 인수 사례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
이러한 M&A의 동기는 단일하지 않다. 몇 가지 대표적인 방향은 다음과 같다.
기술 확보: AI/ML 역량 내재화, 실시간 협업 기능, 고급 분석 기능 등 제품 고도화에 필요한 핵심 기술을 외부에서 빠르게 흡수
고객군 확대: 기존 고객층과 보완적인 성격을 가진 타겟군 확보 (예: B2B → SMB, 수직 산업군 확대)
수직통합 및 플랫폼화: 단일 기능 SaaS에서 벗어나 고객 여정 전반을 통합 관리하는 풀스택 SaaS 전략 추진
→ 이는 "앱 단위 경쟁"에서 "플랫폼 중심 경쟁"으로의 전환을 의미
특히 주목할 점은, Salesforce, Adobe, Microsoft와 같은 초대형 기업의 인수합병뿐 아니라, Cloudflare, HubSpot, Qualtrics와 같은 중견 SaaS 기업들이 시장 포지셔닝을 바꾸기 위해 적극적으로 M&A 전략을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단순히 기능 보완을 위한 수평적 인수에서 벗어나, 자사 핵심 기능과 시너지를 내는 기술, 데이터, UX 기업들을 선택적으로 흡수하며 제품-플랫폼 간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SaaS 사용자 경험을 설계해 나가고 있다. 이처럼 SaaS M&A는 단기 성장 지표의 확장이 아닌, 시장 재편을 주도하고 기업 전략을 전환하는 장기적 구조 전략의 수단으로 작용하고 있다.
2. 전략적 M&A 사례 분석
2-1. Cloudflare – Partykit / Outerbase
Cloudflare는 CDN, DNS, 보안 등 글로벌 인터넷 인프라 서비스를 중심으로 성장해온 기업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단순 인프라 제공에서 벗어나 ‘개발자를 위한 풀스택 SaaS 플랫폼’으로의 전략적 진화를 추구하고 있으며, Partykit과 Outerbase 인수가 그 흐름의 핵심이다.
먼저 2023년 말 인수한 Partykit은 실시간 협업 기능을 서버리스 환경에서 손쉽게 구현할 수 있게 해주는 인프라 SaaS다. Google Docs나 Figma처럼 복수 사용자가 동시에 작업하거나 상태를 공유해야 하는 애플리케이션은 WebSocket 기반의 실시간 동기화 기술이 필수인데, Partykit은 이러한 기능을 Cloudflare Workers라는 엣지 서버리스 환경과 결합해 제공할 수 있게 했다. 이는 곧 Cloudflare 플랫폼 위에서 리치한 협업형 SaaS 애플리케이션 개발이 가능해졌음을 의미한다.
이어서 2024년 인수한 Outerbase는 서버리스 데이터베이스(D1)와 통합되어 작동하는 SQL 시각화 및 관리 UI SaaS다. 기존의 DB 관리 도구와 달리, Outerbase는 마치 Airtable과 같은 친숙한 인터페이스를 통해 개발자뿐 아니라 비기술 사용자도 쉽게 데이터를 조회하고 조작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Cloudflare는 이 인수를 통해 개발자뿐 아니라 비즈니스 사용자까지 포함하는 프론트엔드-백엔드 통합 SaaS UX 제공 전략을 가시화했다.
두 인수 모두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전략은 다음과 같다.
Edge 기반 개발자 환경 고도화: Workers, D1, R2 등 자체 인프라에 실시간 협업 기능과 UI 관리 도구를 접목하여 엣지에서 SaaS 전체를 구성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
DevOps → DevUX 확장: 기존 인프라 중심 고객에서 벗어나, 앱을 ‘만드는 사용자’인 개발자와 스타트업을 위한 SaaS 생태계로 진입
인프라에서 플랫폼으로의 이동: 단순한 트래픽 처리나 보안 제공이 아니라, 앱 구축 전반을 Cloudflare 위에서 해결하는 SaaS 운영체계 지향
결과적으로, Partykit과 Outerbase 인수는 단순한 기능 추가가 아니라, Cloudflare가 ‘인프라 SaaS’에서 ‘개발자 SaaS 플랫폼’으로 중심축을 이동시키는 장기 전략 전환의 신호탄이라 할 수 있다.
이는 향후 생성형 AI 기반 앱, 협업 SaaS, 데이터 서비스 등 고부가가치 애플리케이션 생태계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기반으로 작용할 것이다.
2-2. Qualtrics – Clarabridge
Qualtrics는 설문조사 기반의 정량 피드백 수집 도구로 시작해, 고객경험관리(XM, Experience Management) 분야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해왔다. 하지만 고객이 남기는 데이터는 설문지와 같이 구조화된 정량 데이터만이 아니다. 실제 제품·서비스와 관련한 감정과 인사이트는 SNS, 리뷰, 고객센터 대화, 이메일과 같은 비정형·정성 데이터에서 더욱 풍부하게 나타난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반영하듯, Qualtrics는 2021년 비정형 텍스트 분석 전문 SaaS 기업인 Clarabridge를 약 12억 달러에 인수했다. Clarabridge는 자연어 처리(NLP) 기술을 기반으로 고객이 남긴 자유응답, 콜센터 상담, 소셜미디어 게시글 등에서 감정·의도·이슈 등을 정교하게 분석하는 기능을 제공하며, AI 기반 고객 인사이트 SaaS로 성장해왔다.
이번 인수로 Qualtrics는 다음과 같은 전략적 효과를 얻었다.
정량(설문) + 정성(비정형 피드백) 데이터 통합
→ 다양한 채널에서 수집되는 고객 피드백을 하나의 경험 관리 플랫폼에서 처리
NLP 기반 AI 기능 내재화
→ 감성 분석, 키워드 추출, 고객 이탈 조짐 탐지 등 고급 분석 가능
가치사슬 상단 통합
→ 단순 피드백 수집 도구를 넘어, 고객의 ‘목소리’를 실시간으로 해석하고 조직 내부 의사결정으로 연결
이 사례는 기술 내재화와 동시에 플랫폼의 범위와 깊이를 확장하는 수직적 전략 인수의 대표적 형태다.
Qualtrics는 이제 고객 경험을 단순히 ‘듣는 것(listening)’을 넘어서, ‘해석하고 대응하는 것(understanding and acting)’으로 전환하는 SaaS로 진화하고 있다. 결국, Clarabridge 인수는 Qualtrics가 경험관리(XM) 시장 내에서 단순한 피드백 수집 툴이 아닌, 고객 중심 인텔리전스 플랫폼으로 위상을 공고히 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다. 이는 고객 데이터가 더 이상 단순한 설문 수치가 아니라, 비즈니스 전략의 실시간 신호로 작동해야 한다는 시장의 기대 변화를 반영한 결정이라 할 수 있다.
2-3. HubSpot – PieSync / The Hustle / Clearbit 투자
HubSpot은 CRM과 마케팅 자동화 도구로 잘 알려진 대표적인 SMB(중소기업) 대상 SaaS 플랫폼이다. ‘인바운드 마케팅’이라는 개념을 창출한 이 기업은, 오랜 기간 콘텐츠 중심의 고객 유치 전략을 강조해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단순히 고객을 유치하는 SaaS에서 고객 획득부터 전환·운영까지 전 여정을 통합 관리하는 플랫폼으로 전략을 전환하고 있다. 이러한 방향성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HubSpot은 일련의 전략적 M&A와 투자를 진행했다.
먼저 PieSync(2019) 인수는 다양한 SaaS 간 양방향 실시간 데이터 동기화 기능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였다. 과거의 CRM 시스템은 외부 애플리케이션과의 연결이 단방향이거나 수동적이었다. 그러나 PieSync는 Google Contacts, Microsoft 365, Mailchimp 등 다수의 SaaS와 양방향 데이터를 자동으로 실시간 연동해, HubSpot이 데이터 중심 마케팅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발판이 되었다. 이어 The Hustle(2021) 인수는 상당히 이례적인 행보로 주목받았다.
The Hustle은 B2B 스타트업 중심의 뉴스레터 및 콘텐츠 미디어 브랜드로, HubSpot은 이를 인수함으로써 자체 콘텐츠 유통 채널을 확보하고, 사용자와의 초기 접점을 ‘검색 광고’나 ‘SEO’가 아닌 자체 콘텐츠 소비로 전환시켰다. 이는 SaaS 기업이 콘텐츠 미디어를 직접 인수해 브랜드 확산 → 리드 확보 → 전환까지 내재화하는 전략의 대표적 사례다.
또한 HubSpot은 B2B 데이터 인텔리전스 SaaS인 Clearbit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하며, 영업 및 마케팅 자동화 과정에서 필요한 실시간 고객 데이터 제공 역량을 확보하고자 했다. Clearbit의 데이터는 사용자의 웹사이트 행동, 조직 정보, 산업별 속성 등을 포함하고 있어 리드 자동 분류 및 타겟팅의 정확도를 비약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
이 세 가지 인수·투자 사례는 공통적으로 다음과 같은 전략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데이터 중심성 강화: CRM이라는 저장 공간에 머무르지 않고, 외부 SaaS와 실시간 연동되는 데이터 허브로의 진화
콘텐츠 통합: 콘텐츠 생산-배포-전환까지 아우르는 미디어 SaaS 전략
마케팅 + 세일즈 자동화 수직 통합: 고객 여정 전체를 통제할 수 있는 플랫폼화 전략
HubSpot은 이처럼 기능적 도구의 조합이 아니라, 고객 획득부터 전환까지의 전체 마케팅 생태계를 통합 관리하는 SaaS 플랫폼을 지향하고 있으며, 그 중심에 PieSync, The Hustle, Clearbit와 같은 외부 역량 흡수 전략이 있다. 이는 한국 SaaS 기업들이 ‘고객 기반 확대’에만 집중하는 기존의 인수 전략에서 벗어나, 콘텐츠·데이터·자동화 요소까지 포괄하는 생태계 중심 사고로 확장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참고 사례다.
3. M&A를 통해 드러나는 SaaS 시장 트렌드
3-1. AI/ML의 내재화
최근의 SaaS 시장에서 가장 두드러진 구조적 변화는 AI/ML의 기능 내재화다.
이전까지 SaaS는 특정 비즈니스 문제를 해결하는 단일 기능 중심의 툴로 제공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현재는 동일 기능이라도 예측, 추천, 자동화와 같은 AI 기반 역량을 포함하고 있느냐가 경쟁력의 핵심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는 고객의 요구가 단순히 "기능을 제공받는 것"에서 "지능적 인사이트를 얻는 것"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CRM 도구가 단순히 고객 정보를 정리하는 수준에 머무른다면, 더 이상 시장에서 차별성을 갖기 어렵다. 고객 이탈 가능성을 예측하거나, 가장 전환 가능성이 높은 리드를 자동으로 분류해주는 기능이 포함되어야 실질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SaaS로 인정받는다.
실제 사례에서도 이러한 흐름은 명확히 나타난다. 앞서 살펴본 Qualtrics의 Clarabridge 인수는 감성 분석 및 자연어 처리를 통해, 고객 피드백에서 실시간 인사이트를 자동 추출하는 AI 기능을 고도화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HubSpot의 Clearbit 투자 역시, 웹사이트 방문자의 조직 속성·산업군·관심도 등을 AI로 분류하여 세일즈 자동화를 극대화하는 목적으로 진행되었다.
AI 내재화는 단순한 기능 추가가 아니라, 기존 SaaS의 서비스 정의(Service Definition) 자체를 변화시키는 요소로 작용한다. 기존에는 '누가 더 많은 기능을 갖췄는가'가 경쟁력이었다면, 이제는 '누가 더 똑똑한 결정을 대신 내려주는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고 있다. 이는 B2B SaaS 시장에서 고객 기업이 요구하는 ROI(투자 대비 성과) 기준이 ‘기능 활용’에서 ‘의사결정 지원’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향후 SaaS 기업들은 AI 기능 자체보다도, 이러한 지능형 기능이 서비스 전반에 얼마나 자연스럽게 녹아드는가를 기준으로 제품 경쟁력을 재정의해야 할 것이다.
3-2. 수직 SaaS로의 전환
글로벌 SaaS 시장이 성숙 단계에 접어들면서, 단일 기능을 폭넓게 제공하는 수평적 SaaS보다 특정 산업군·고객군에 맞춤화된 수직(Sector-Specific) SaaS의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전환은 단지 사용자 인터페이스나 메시지 수준의 조정이 아니라, 도메인 특화 데이터 처리, 업무 플로우 내재화, 규제 환경 대응력 확보 등 근본적인 제품 설계의 전환을 요구한다.
예를 들어, 의료, 금융, 제조, 교육과 같은 산업은 각기 고유한 데이터 구조와 보안 기준, 운영 방식이 존재한다. 이에 따라 "누구나 쓰는 SaaS"보다는 "나를 위해 만들어진 SaaS"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고 있으며, 이는 공급자 측에도 더 높은 유지율과 고객 생애 가치(LTV)를 안겨주는 구조다.
이러한 흐름에서 M&A는 수직 SaaS 전략을 빠르게 구현하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수단으로 작용한다. 자체적으로 특정 산업의 전문성을 확보하기엔 시간과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이미 해당 도메인에 특화된 스타트업이나 마이크로 SaaS를 인수하여 기존 플랫폼에 통합하는 방식이 주류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
앞서 언급한 Qualtrics–Clarabridge 사례도 이와 맥락을 같이한다. Clarabridge는 컨택센터, 항공사, 유통업계 등 다양한 산업군의 비정형 피드백을 정제하는 데 특화되어 있었고, 이를 통해 Qualtrics는 고객 경험 관리(XM) 분야에서 산업별 특화 분석 기능을 빠르게 내재화할 수 있었다.
또한, HubSpot은 PieSync와 The Hustle 인수를 통해 마케팅·세일즈 자동화를 특정 규모(SMB)와 산업군(스타트업, 테크 기업)에 맞춤화된 기능 집합으로 정교화했다. 이는 단순한 기능 추가가 아닌, 특정 고객군의 구매 여정 전체를 설계하고 통제할 수 있는 구조로 SaaS를 수직화한 전략이다. 이처럼 수직 SaaS로의 전환은 단순한 기능 조정이 아니라, 고객의 산업 환경과 언어에 맞춘 완전한 사용자 경험 설계를 의미하며, M&A는 이 과정에서 핵심적인 시간 단축 및 리스크 회피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다.
3-3. 플랫폼화와 기능 통합
초기 SaaS 생태계에서는 서비스 간 연동(Integration)이 핵심 경쟁력이었다. Slack, Salesforce, Zoom 등 각 기능별 강점을 지닌 SaaS들이 API를 중심으로 느슨하게 연결되는 방식은 각 기업이 필요에 따라 기능을 조합하고 워크플로우를 설계할 수 있게 해주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러한 연결성만으로는 사용자 기대치를 충족시키기 어려운 환경으로 변화하고 있다. 복수의 SaaS를 사용하는 기업 사용자들은 서로 다른 시스템에 흩어진 데이터, 중복되는 설정, 단절된 사용자 경험(UX)으로 인해 오히려 업무 복잡성과 관리 비용이 증가하는 문제를 겪고 있다. 이에 따라 단순 연동을 넘어서, 핵심 기능을 직접 흡수하고 통합하는 ‘플랫폼화 전략’이 SaaS 기업들의 주요 성장 방향으로 자리잡고 있다.
실제로 앞서 분석한 사례에서도 이 흐름은 분명히 나타난다. HubSpot은 PieSync 인수를 통해 외부 SaaS와의 동기화를 단순한 API 호출이 아니라 자사 CRM 내부의 데이터 연동 레이어로 완전히 내재화했으며, The Hustle 인수는 콘텐츠 제작-배포-전환이라는 마케팅 파이프라인을 하나의 SaaS 플랫폼 내부에서 통합 실행 가능하게 만들었다. Cloudflare 역시 Workers·D1·R2와 같은 서버리스 인프라 위에 실시간 협업 기능(Partykit)과 DB 관리 UI(Outerbase)를 탑재함으로써, 기존에는 개별 SaaS로 구성되던 개발 환경을 하나의 통합 개발 플랫폼으로 수렴시키고 있다.
이러한 플랫폼화 전략은 다음과 같은 구조적 장점을 가진다.
UX 간소화: 여러 SaaS의 로그인, 설정, 데이터 이동 없이 단일 인터페이스 내에서 전체 흐름을 처리
데이터 통합: 고객 행동, 이탈률, 전환 등 모든 지표가 하나의 데이터 계층에서 분석 가능
고객 유지율 향상: 단일 플랫폼 안에 핵심 기능이 집중되면서 서비스 전환(Churn) 비용이 상승, 락인 효과 증가
결국 플랫폼화는 “어떤 기능을 제공하느냐”보다 “전체 여정을 얼마나 통합적으로 설계하느냐”가 중요한 경쟁력 요소가 되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러한 구조적 전환에서 M&A는 가장 빠르고 실용적인 전략적 수단이자, 경쟁사의 고객 여정을 흡수하는 방식의 방어적 플랫폼 강화 전략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3-4. 개발자 중심 생태계 확장
전통적인 SaaS는 비즈니스 사용자, 즉 기능을 ‘소비’하는 사용자를 중심으로 설계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SaaS 시장은 이러한 사용자 정의를 넘어, 기능을 ‘구성하고 확장하는 사용자’, 즉 개발자(Builder)를 핵심 고객군으로 포함시키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서버리스 컴퓨팅, API 기반 구조, 모듈형 SaaS 아키텍처의 보편화가 있다. 과거에는 SaaS가 고정된 기능 패키지를 제공했다면,
이제는 개발자가 자신의 워크플로우에 맞게 SaaS 기능을 조합·확장하거나, SaaS 위에서 새로운 앱을 구축할 수 있도록 설계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대표적인 사례가 Cloudflare의 플랫폼 전략이다. Cloudflare는 CDN·보안·DNS 같은 전통적 인프라 기능에 더해, Cloudflare Workers, D1(Database), R2(Object Storage) 등 서버리스 개발자 환경을 API 기반으로 제공하고 있으며, 여기에 실시간 협업 인프라(Partykit), 데이터 관리 UI(Outerbase)까지 인수하며 “개발자가 SaaS를 구축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와 유사하게, Vercel, Supabase, Retool 등도 기존 SaaS가 제공하던 기능을 개발자가 자신의 제품에 임베드하거나 확장 가능하게 지원함으로써, 단순 사용자 SaaS가 아닌 Developer-first SaaS 생태계로 재정의되고 있다.
이러한 개발자 중심 생태계 확장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진다.
기능 제공에서 ‘프로그래머블한 모듈’ 제공으로의 전환
→ SaaS 기능을 API·SDK 형태로 제공하여, 고객이 자유롭게 조합 및 확장 가능
B2B → B2D(Business-to-Developer)로의 고객 정의 확장
→ 실제 구매 결정자뿐 아니라 내부 개발자(Builder)가 평가 및 사용 주체가 됨
생태계 중심 설계
→ 단일 SaaS 기능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SaaS 위에서 앱과 도구들이 태어나는 플랫폼 구조 구축
결국 SaaS는 점점 더 ‘서비스’에서 ‘플랫폼’으로, ‘소비자 대상 제품’에서 ‘빌더 대상 생태계’로 이동하고 있으며, 이러한 확장은 단순한 유저 수 확장보다 훨씬 높은 잠금 효과(lock-in)와 네트워크 외부성을 창출하게 된다. 따라서 앞으로의 SaaS M&A 전략은 기능 확보뿐 아니라, 어떤 생태계를 설계하고 누구를 핵심 사용자로 정의할 것인가에 대한 전략적 판단과 직결될 것이다.
4. 한국 SaaS 기업을 위한 전략적 시사점
앞서 살펴본 글로벌 SaaS 기업들의 M&A 사례는 단순한 몸집 불리기나 기술 흡수가 아닌, 시장 구조의 재편과 생태계 설계에 가까운 전략적 판단이었다. HubSpot이 콘텐츠와 데이터 역량을 흡수해 ‘전환 가능한 고객 여정’을 통합하거나, Cloudflare가 서버리스·실시간 협업 생태계를 내부로 끌어들이며 플랫폼으로 진화한 과정은 “기능”이 아닌 “구조”를 설계한 M&A 전략이라는 점에서 시사점이 크다.
이러한 맥락에서 한국 SaaS 기업들이 주목해야 할 방향성은 다음과 같다.
4-1. “인수하는 쪽”과 “인수되는 쪽”을 동시에 고려한 전략 설계
글로벌 SaaS 시장에서의 M&A는 “강한 기업이 약한 회사를 흡수”하는 수직 논리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특정 기술, 고객군, UX 설계를 정교하게 확보한 소형 SaaS 기업이 M&A의 핵심 타겟이 되는 사례가 많다. 이는 국내 SaaS 기업이 자체 M&A를 기획하는 동시에, 인수 대상이 될 가능성 또한 전략적으로 준비해야 함을 뜻한다.
예를 들어 AI 기반 텍스트 분석, 국지적 세일즈 인텔리전스, 특정 산업군에 특화된 SaaS 등은 글로벌 기업이 ‘해외 현지화’ 또는 ‘신시장 확장’을 목적으로 빠르게 흡수하고자 하는 포지션이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M&A 가능성을 열어두고 설계된 SaaS 모델, 중장기적으로는 M&A를 통한 시장 내 포지셔닝 강화 전략을 동시에 고려할 필요가 있다.
4-2. AI 기능과 데이터 내재화는 필수 전략
앞서 정리한 바와 같이, AI 기능 내재화는 단순한 고급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고객이 SaaS에 기대하는 가치 제안(Value Proposition)의 중심이 ‘기능’에서 ‘지능’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다. 따라서 국내 SaaS 기업도 AI/ML 모델 내장, 추천·예측 기능 도입, 데이터 기반 자동화 흐름 설계 등 지능형 SaaS로의 전환을 강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 특히 국내 시장에선 여전히 ‘기능 제공’ 중심 SaaS가 많은 상황에서, 이러한 전환은 경쟁사 대비 명확한 차별화 포인트가 될 수 있으며, 나아가 글로벌 SaaS 기업의 기술적 M&A 타겟으로 자리잡는 데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4-3. “돈”보다 중요한 것은 기술·고객 기반의 정합성
글로벌 M&A는 자금력보다는 기술적 정합성과 고객 기반의 보완성이 핵심 판단 기준이다.
이는 한국 SaaS 기업들이 자체적인 M&A를 추진할 때에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매출 규모가 크거나 유명한 회사를 인수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SaaS의 가치 제안이 확장되는 방향에 맞는 대상인가를 먼저 검토해야 한다. 예컨대 B2B 영업 자동화 SaaS 기업이 콘텐츠 마케팅 SaaS를 인수하거나, 비용 관리 SaaS가 ESG 리포팅 기능을 확보한 회사를 흡수하는 식의 가치사슬 내 수직 통합 전략이 여기에 해당한다.
4-4. 글로벌 생태계와의 전략적 연계 필요
Cloudflare, HubSpot, Qualtrics 등의 사례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난 또 다른 시사점은 독립 SaaS로서 성장하는 동시에, 글로벌 SaaS 생태계 안으로 연결되려는 전략이다. 국내 SaaS 기업들도 AWS Marketplace, Salesforce AppExchange, Slack App Directory 등 글로벌 SaaS 플랫폼에의 모듈화된 연동 전략을 병행할 필요가 있으며, 이러한 “플러그인 전략”이 곧 해외 진출과 M&A 가능성으로 이어지는 통로가 될 수 있다.
결국, 한국 SaaS 기업이 M&A를 단순한 ‘확장 전략’으로 보는 데 그치지 않고, 생태계 설계, AI 내재화, 기술 정합성 중심의 전략적 구조 설계 수단으로 이해한다면, M&A는 위기가 아닌 지속가능한 경쟁력 확보의 계기가 될 수 있다.
SaaS의 미래는 ‘통합과 연결’에 달려 있다
오늘날 SaaS 시장에서의 M&A는 더 이상 단순한 성장 수단이 아니다. 이는 경쟁을 피하기 위한 방어적 선택도 아니며, 단기 수익 극대화를 위한 거래도 아니다. SaaS 기업의 정체성을 근본적으로 재정의하고, 고객 가치를 새롭게 설계하기 위한 구조적 변화의 핵심 수단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지금의 시장은 기능, 산업, 채널의 경계를 넘어 빠르게 통합되고 있다. AI는 더 이상 특정 기능의 부가 요소가 아니라, SaaS의 핵심 설계 원리로 자리 잡고 있고, 고객경험 관리(XM), 콘텐츠 마케팅, 자동화 워크플로우, 인프라 개발환경까지 서로 전혀 달랐던 영역들이 하나의 유기적 흐름으로 결합되는 SaaS 생태계로 재편되고 있다. 이런 변화 속에서 한 가지는 명확하다.
“혼자 크는 SaaS”는 점점 경쟁력을 잃는다. 고객은 더 이상 ‘하나의 기능이 잘 되는 서비스’를 원하지 않는다. 대신, 자신의 비즈니스 흐름 전체를 이해하고, 이를 데이터·AI·자동화로 통합해줄 수 있는 지능형 통합 플랫폼을 원한다. 그리고 이를 가장 빠르게 실현할 수 있는 전략적 수단이 바로 M&A다.
따라서 SaaS의 미래는 얼마나 많은 기능을 제공하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전략적으로 연결하고 확장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는가에 달려 있다. 이는 규모의 문제가 아닌 설계의 문제, 자본의 문제가 아닌 통찰과 정합성의 문제다.
앞으로의 SaaS 시장은
고객의 데이터 흐름과 행동을 해석할 수 있는 AI 역량,
산업군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도메인 특화 전략,
SaaS 생태계를 통합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플랫폼 비전을 가진 기업에게
더 넓고 지속가능한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변화의 지점에서 M&A는 선택이 아니라 전략의 본질이 될 것이다.
Continue Reading


MARKET ANALYSIS
AI Agent 시대, SaaS는 사라지는가?
Cómo Walla cumple con la Ley de Protección de Datos Personales en Argentina (Ley N° 25.326)
Yuvin Kim
July 10, 2025


MARKET ANALYSIS
데이터 주권과 클라우드: 국경 없는 인프라에서의 컴플라이언스 전략
Cómo Walla cumple con la Ley de Protección de Datos Personales en Argentina (Ley N° 25.326)
Yuvin Kim
July 10, 20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