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 서론: 왜 지금 데이터 주권을 말해야 하는가
2020년대 들어 디지털 세계는 더 이상 기술만으로 글로벌화를 논할 수 없는 환경에 접어들고 있다. 특히 미·중 기술 패권 경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EU의 디지털 주권 전략(GAIA-X) 등으로 대표되는 기술 블록화 흐름은 클라우드와 SaaS 산업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클라우드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한 지역에서 서비스를 구축해 전 세계 사용자에게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클라우드는 본질적으로 경계를 넘는 인프라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데이터 자체는 국경을 넘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기업이 데이터를 수집·보관·이전·처리하는 방식에 대해 국가 단위의 통제를 강화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EU의 GDPR, 미국의 CLOUD Act, 중국의 데이터 안보법, 인도의 데이터 로컬라이제이션 요구 등을 들 수 있다. 이는 단순히 개인정보 보호의 문제를 넘어서, 국가 간 신뢰, 디지털 주권, 산업 보호라는 전략적 관점에서 작동하고 있다.
그 결과, 이제 SaaS 및 클라우드 기업은 기술 경쟁력만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기 어려워졌다. 법적·정치적 환경에 대한 이해와 대응, 특히 국가별 데이터 주권 요구사항에 맞춘 컴플라이언스 전략은 기업의 존속과 직결되는 요소가 되고 있다.
한국의 SaaS 및 클라우드 기업 또한 이 흐름 속에서 생존하고 성장하기 위해, 이제는 다음과 같은 질문에 답을 내릴 필요가 있다.
한국은 '디지털 주권' 전략을 갖고 있는가?
글로벌 기업들은 어떻게 클라우드 리전을 설계하고 각국 정책에 대응하고 있는가?
한국 SaaS 기업은 멀티리전 전략과 데이터 컴플라이언스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
이 글에서는 이러한 질문을 중심으로 글로벌 데이터 주권 환경의 변화와 주요 사례를 살펴보고, 한국 기업이 취할 수 있는 전략적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1. 글로벌 흐름: 기술의 글로벌화 vs 데이터의 지역화
클라우드는 기본적으로 경계를 허물고, 데이터를 자유롭게 흐르게 하는 기술이다. 그러나 현실 세계의 규제와 정치적 이해관계는 이 이상적 흐름에 점점 더 많은 제한을 걸고 있다. 지금의 글로벌 클라우드 환경은 기술적으로는 통합되어 있으나, 법적·정책적으로는 국가별 데이터 경계가 더욱 뚜렷해지는 '기술의 글로벌화 vs 데이터의 지역화'라는 이중적 흐름 속에 놓여 있다.
1-1. 유럽: GAIA-X, Project Sylva와 디지털 주권
EU는 디지털 주권을 명확한 정책 의제로 내세워 미국과 중국의 클라우드 독점을 견제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GAIA-X를 들 수 있는데, 이는 유럽 내에서 신뢰 가능한 데이터 저장과 활용을 가능케 하는 자율적이고 투명한 클라우드 인프라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한다. 또한 Project Sylva는 GAIA-X의 연장선상에서, 유럽 통신사를 중심으로 엣지 클라우드와 5G 통합 인프라를 위한 유럽산 표준화된 오픈소스 플랫폼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프라이빗과 퍼블릭 클라우드 모두에 국산 기술을 장착하겠다는 의지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1-2. 아시아·북미: 각국의 데이터 로컬라이제이션 정책
(1) 중국
중국은 데이터 안보법(2021)을 통해, 중요한 데이터에 대한 국내 저장을 원칙으로 하고, 국외로 이전할 경우 보안 심사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내 CSP들은 해외 데이터센터와의 연결을 제한받고 있으며, 중국판 AWS라 할 수 있는 Alibaba Cloud, Huawei Cloud도 자체 국산 기술 기반 리전만 운영하고 있다.

(2) 미국
CLOUD Act(2018)는 미국 정부가 미국 기업이 보유한 데이터에 대해 국외 저장 여부와 관계없이 접근 권한을 요구할 수 있는 규정이다. 이로 인해 글로벌 기업은 데이터의 저장 위치와 법적 관할권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었으며, Microsoft, Google은 이에 대응하여 EU 전용 리전(EU Data Boundary)을 선언하였다.
(3) 인도·러시아
인도는 결제·금융 정보, 러시아는 개인 정보를 반드시 자국 내 서버에 저장하도록 규정하여 데이터 로컬라이제이션을 의무화하였다. 이는 금융, 헬스케어, 공공 부문 진출을 위해 반드시 사전 대응이 필요한 조건이다.
1-3. 글로벌 클라우드 CSP의 리전 전략
이러한 데이터 지역화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자(CSP)는 리전 다변화 전략을 추진 중이다.

AWS는 2024년까지 12개 신규 리전을 예정하고 있으며, ‘주권 클라우드(Sovereign Cloud)’ 전략을 통해 각국 정부 및 기업의 로컬 규제를 충족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Google Cloud는 ‘Sovereign Controls’ 기능을 통해 관리 권한을 파트너/정부에 이관하는 모델을 실험 중이다.
1-4. 기업 사례: TikTok과 리전 분산 설계
중국계 기업인 TikTok은 미국과 EU에서 보안 우려가 커지자, 데이터를 미국(Oracle 인프라)과 아일랜드(EU 전용 리전)로 이중 저장하고, Project Texas, Project Clover 등을 통해 리전 분산 설계를 강화하였다. 이는 단지 기술적 설계가 아닌 정치적 신뢰 확보 수단으로서의 리전 전략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이처럼 글로벌 CSP와 다국적 기업들은 단순한 확장성보다 '데이터 주권'을 핵심 변수로 리전 설계를 재구성하고 있으며, 이는 SaaS 기업에도 동일한 전략적 고려를 요구하고 있다.
2. 한국의 현황: ‘디지털 주권’은 선언만 있는가?
한국 역시 "디지털 주권"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으나, 실제 클라우드·데이터 인프라 정책은 여전히 보안·내재화 중심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기술 독립성과 글로벌 경쟁력을 모두 확보해야 하는 현실 속에서, 한국은 디지털 주권을 ‘말’이 아닌 ‘실행 가능한 전략’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2-1. 개인정보보호법 개정과 국외 이전 통제 강화
2020년 개정된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은 한국의 데이터 활용 정책에 유연성을 부여한 동시에, 개인정보 국외 이전 통제를 명확하게 제시했다. 2023년 시행령 개정안에서는 국외 이전 시 사전 고지 및 동의 요건을 강화하고, 기업 내부 통제체계, 현지 저장 여부, 제3자 제공 방식 등을 명확히 명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글로벌 SaaS 기업뿐 아니라, 해외 클라우드를 사용하는 국내 기업에게도 데이터 저장 위치와 처리 방식에 대한 투명한 설명과 통제 권한 부여를 요구하는 규제로 작용한다.
2-2. 한국 클라우드 정책의 한계: ‘내재화’에 갇힌 주권 전략
한국 정부는 2015년 이후 ‘공공 클라우드 활성화 정책’을 추진해 왔으나, 실제 실행 구조는 외산 클라우드 규제 및 국산 CSP 보호라는 프레임에 머물러 있다. 클라우드 보안 인증(CSAP) 제도는 원칙상 모든 CSP에 적용된다. 하지만, 인증 획득의 비용과 시간이 높아 실질적으로 공공 분야에서는 국산 CSP를 우선적으로 사용하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반면, 글로벌 기술력과 서비스 다양성 확보에는 한계가 있어, 민간 기업은 여전히 외산 CSP 의존도가 높은 구조다. 결과적으로, 한국의 디지털 주권은 ‘외산 통제’ 중심의 내재화 전략에 머물고 있으며, 글로벌 기술 생태계와의 연계 전략은 부재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2-3. 한국형 GAIA-X는 가능한가?
한국에서도 네이버클라우드, KT Cloud, NHN Cloud 등 토종 CSP들이 주권 클라우드 역할을 자처하고 있으나, EU의 GAIA-X처럼 표준화된 인터페이스, 산업별 데이터 연합, 개방형 생태계 설계는 아직 부족한 상황이다.

결론적으로, 한국형 GAIA-X를 실현하려면 단순히 CSP 기술 고도화를 넘어서, 산업 간 데이터 연계 구조와 상호운용성 확보를 위한 정부-산업 공동 체계가 필요하다.
2-4. SaaS 기업의 전략: 데이터 주권을 위한 실질적 설계
글로벌·공공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SaaS 기업이라면, 다음과 같은 실질적 컴플라이언스 전략이 필요하다.
멀티 리전 / 멀티 CSP 전략: AWS + NaverCloud / Azure + NHNCloud 조합 등으로 지역별 데이터 저장 선택지 제공
DPA(Data Processing Agreement) 체계화: 고객과 데이터 처리 위치, 삭제 주기, 제3자 이전 여부 등을 명시
SLA 내 규정 준수 명시: 개인정보보호법, 국외 이전 고지 등 이슈를 서비스 약관 내에 반영
국가별 컴플라이언스 대응 매뉴얼화: 한국, EU, 미국 등 주요 규제에 맞춘 매뉴얼 제공은 고객 신뢰 확보의 핵심
요컨대, 한국의 디지털 주권 전략은 선언적 수준을 넘어서야 하며, SaaS 기업은 이를 비즈니스 경쟁력과 리스크 대응의 중심축으로 삼아야 한다.
3. 실전 전략: SaaS·클라우드 기업을 위한 대응 방안
글로벌 시장에서 데이터 주권 이슈는 이제 기술적인 ‘옵션’이 아니라 비즈니스 지속 가능성을 위한 ‘전략적 필수 조건’이 되었다. 특히 SaaS 및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를 운영하는 기업이라면, 데이터 저장 위치·이전 절차·보안 및 규정 준수 체계를 사전에 설계하지 않으면 주요 국가 시장에서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국내외 SaaS 기업들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전략으로 대응력을 높이고 있다.
3-1. 멀티리전(Multi-region) 설계: 데이터 분산을 전제로 한 인프라
멀티리전 설계는 단순한 가용성 확보를 넘어서, 데이터 주권 이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핵심 인프라 전략이다. 예를 들어, AWS는 고객이 데이터 저장 위치를 직접 설정할 수 있도록 리전 선택 기능을 제공하며, 한국과 일본, 싱가포르 등 아시아 내 복수 리전 기반 아키텍처를 지원한다. 국내 기업 중 SendBird, 뤼이드, 왓챠 등은 주요 SaaS 기능을 서울·도쿄·오레곤 등의 복수 리전에 분산 구축하여 GDPR, CCPA, PIPL 등 국가별 법령을 만족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특히 고객군이 공공·금융·유럽 사용자일 경우, 저장 위치의 투명성과 설정 가능성이 구매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3-2. 데이터 로컬라이제이션 대응: 국가별 규제 맵과 기술 구현
국가별로 데이터 저장 및 이전에 관한 규제가 상이하기 때문에, 기업은 각국의 요구사항을 사전에 분석하고, 이에 맞춰 기술적 기능을 준비해야 한다.

예컨대, Snowflake는 리전별로 고객 데이터가 격리 저장되며, 계정 생성 시 리전 선택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SAP의 경우도 공공 고객을 위해 EU Cloud, German Sovereign Gloud 등 국가별 데이터 독립성을 보장하는 기능을 추가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SaaS 제공자가 단일 글로벌 인프라만을 고집할 경우, 시장 접근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
3-3. 계약 및 운영 체계 정비: 컴플라이언스 명시의 ‘문서화’
법적 책임과 고객 신뢰 확보를 위해, 서비스 계약과 운영 프로세스에 ‘데이터 주권 준수 내용’을 명확히 반영해야 한다.
DPA (Data Processing Agreement): 데이터 처리 위치, 범위, 보유 기간, 삭제 방식 등을 명시하는 핵심 계약서로, SaaS 기업이 GDPR·CCPA·PIPL을 모두 커버하는 글로벌 고객을 상대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구비해야 함
SCC (Standard Contractual Clauses): EU 지역 고객과의 거래 시, 데이터 국외 이전에 대한 법적 안전장치로 활용됨
서비스 수준 협약(SLA) 내 규정 준수 조항 포함: 데이터 복구 주기, 접근 제한, 보안 인증 등과 함께 데이터 저장 위치 명시 항목을 추가
이러한 계약 구조는 단순히 법적 요구를 충족하는 수준이 아니라, 구매 결정 과정에서 신뢰를 확보하는 핵심 지표로 작용할 수 있다.
4. 결론: 클라우드는 글로벌하지만, 데이터는 국적이 있다
2020년대 글로벌 클라우드 환경을 관통하는 핵심은, 클라우드는 경계를 지우지만 데이터는 여전히 국경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SaaS와 클라우드 기술이 제공하는 확장성과 유연성은 분명히 매력적이지만, 그 이면에는 데이터 이동을 제한하고 통제하려는 각국의 강력한 정책 장벽이 존재한다. 특히 SaaS 기업이 글로벌 고객을 대상으로 서비스하려면, 기술적인 완성도 못지않게 데이터 컴플라이언스 역량이 비즈니스 지속성과 직결된다.
유럽 고객은 GDPR에 따른 국외 이전 사전 동의 및 보호 조치를 요구하고, 미국 고객은 CLOUD Act 우려로 리전 분리 및 관할권 명시를 확인하며, 아시아 여러 국가는 로컬 저장 및 검열 우려로 국가별 기술 분리를 요구한다. 이처럼 단일 글로벌 SaaS는 점점 허용되지 않는 구조로 변하고 있다. 단순히 클라우드 인프라를 구축하고 기능을 구현하는 것만으로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신뢰를 확보할 수 없는 시대다.
디지털 주권이 전략 자산이 되는 시대, 기업의 경쟁력은 다음과 같은 질문에 어떻게 답하느냐로 판가름난다.
고객은 내 데이터를 어디에 저장하는가?
그 데이터는 어떤 법적 틀에서 보호되는가?
위기 시, 우리는 해당 리전의 정책 변화에 대응 가능한가?
이러한 질문에 사전에 준비된 설계와 정책 대응력을 가진 기업만이 '신뢰할 수 있는 SaaS'로 간주된다.
4-1. 한국 SaaS·클라우드 기업에게 주는 메시지
한국 기업이 진정한 글로벌 SaaS 기업으로 도약하려면 다음의 전략이 필수다.
멀티리전 전략: 물리적 분산 저장은 이제 선택이 아닌 기본 전제
국가별 규제 대응력 내재화: 정책 분석, 계약 문서화, API 로그 관리 등
정책 친화적 인프라 설계: 기술 중심이 아닌 ‘정치·법적 대응력’ 중심 아키텍처
컴플라이언스 설계 없는 글로벌 전략은 무의미하다. 클라우드는 글로벌하지만, 그 위에 올라간 데이터는 국가마다 국적을 갖는다. 그리고 바로 그 국적이 SaaS의 경쟁력과 생존 가능성을 가르는 핵심 요소가 되고 있다.
5. 참고문헌 및 출처
5-1. 글로벌 정책 및 규제 관련
GAIA-X Project – https://www.gaia-x.eu
Project Sylva by Linux Foundation Europe – https://lfprojects.org/sylva/
China Data Security Law (数据安全法) – National People’s Congress of China
U.S. CLOUD Act – U.S. Department of Justice, 2018
India Data Protection Bill (DPDP Act) – Ministry of Electronics and IT, India
Russia Personal Data Law – Federal Law No. 152-FZ on Personal Data, 2006
5-2. 클라우드 기업 및 리전 전략
AWS Global Infrastructure – https://aws.amazon.com/about-aws/global-infrastructure/
Microsoft Azure Global Regions – https://azure.microsoft.com/en-us/global-infrastructure/geographies/
Google Cloud Regions – https://cloud.google.com/about/locations
TikTok's US Data Storage Plan with Oracle – Reuters, “TikTok moves U.S. user data to Oracle servers”, 2022
5-3. 한국 관련 정책 및 현황
데이터 3법 개정 관련 보도자료 – 개인정보보호위원회, 2020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 클라우드 보안 가이드라인 – https://www.kisa.or.kr
네이버클라우드 글로벌 전략 – 네이버클라우드 공식 블로그, 2023
KT Cloud, 국산 CSP 전략 발표자료 – KT 공식 뉴스룸, 2024
5-4. 계약 및 법적 대응 문서
Standard Contractual Clauses (SCCs) – European Commission
Data Processing Agreement (DPA) Sample – IAPP (International Association of Privacy Professionals)
0. 서론: 왜 지금 데이터 주권을 말해야 하는가
2020년대 들어 디지털 세계는 더 이상 기술만으로 글로벌화를 논할 수 없는 환경에 접어들고 있다. 특히 미·중 기술 패권 경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EU의 디지털 주권 전략(GAIA-X) 등으로 대표되는 기술 블록화 흐름은 클라우드와 SaaS 산업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클라우드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한 지역에서 서비스를 구축해 전 세계 사용자에게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클라우드는 본질적으로 경계를 넘는 인프라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데이터 자체는 국경을 넘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기업이 데이터를 수집·보관·이전·처리하는 방식에 대해 국가 단위의 통제를 강화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EU의 GDPR, 미국의 CLOUD Act, 중국의 데이터 안보법, 인도의 데이터 로컬라이제이션 요구 등을 들 수 있다. 이는 단순히 개인정보 보호의 문제를 넘어서, 국가 간 신뢰, 디지털 주권, 산업 보호라는 전략적 관점에서 작동하고 있다.
그 결과, 이제 SaaS 및 클라우드 기업은 기술 경쟁력만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기 어려워졌다. 법적·정치적 환경에 대한 이해와 대응, 특히 국가별 데이터 주권 요구사항에 맞춘 컴플라이언스 전략은 기업의 존속과 직결되는 요소가 되고 있다.
한국의 SaaS 및 클라우드 기업 또한 이 흐름 속에서 생존하고 성장하기 위해, 이제는 다음과 같은 질문에 답을 내릴 필요가 있다.
한국은 '디지털 주권' 전략을 갖고 있는가?
글로벌 기업들은 어떻게 클라우드 리전을 설계하고 각국 정책에 대응하고 있는가?
한국 SaaS 기업은 멀티리전 전략과 데이터 컴플라이언스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
이 글에서는 이러한 질문을 중심으로 글로벌 데이터 주권 환경의 변화와 주요 사례를 살펴보고, 한국 기업이 취할 수 있는 전략적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1. 글로벌 흐름: 기술의 글로벌화 vs 데이터의 지역화
클라우드는 기본적으로 경계를 허물고, 데이터를 자유롭게 흐르게 하는 기술이다. 그러나 현실 세계의 규제와 정치적 이해관계는 이 이상적 흐름에 점점 더 많은 제한을 걸고 있다. 지금의 글로벌 클라우드 환경은 기술적으로는 통합되어 있으나, 법적·정책적으로는 국가별 데이터 경계가 더욱 뚜렷해지는 '기술의 글로벌화 vs 데이터의 지역화'라는 이중적 흐름 속에 놓여 있다.
1-1. 유럽: GAIA-X, Project Sylva와 디지털 주권
EU는 디지털 주권을 명확한 정책 의제로 내세워 미국과 중국의 클라우드 독점을 견제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GAIA-X를 들 수 있는데, 이는 유럽 내에서 신뢰 가능한 데이터 저장과 활용을 가능케 하는 자율적이고 투명한 클라우드 인프라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한다. 또한 Project Sylva는 GAIA-X의 연장선상에서, 유럽 통신사를 중심으로 엣지 클라우드와 5G 통합 인프라를 위한 유럽산 표준화된 오픈소스 플랫폼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프라이빗과 퍼블릭 클라우드 모두에 국산 기술을 장착하겠다는 의지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1-2. 아시아·북미: 각국의 데이터 로컬라이제이션 정책
(1) 중국
중국은 데이터 안보법(2021)을 통해, 중요한 데이터에 대한 국내 저장을 원칙으로 하고, 국외로 이전할 경우 보안 심사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내 CSP들은 해외 데이터센터와의 연결을 제한받고 있으며, 중국판 AWS라 할 수 있는 Alibaba Cloud, Huawei Cloud도 자체 국산 기술 기반 리전만 운영하고 있다.

(2) 미국
CLOUD Act(2018)는 미국 정부가 미국 기업이 보유한 데이터에 대해 국외 저장 여부와 관계없이 접근 권한을 요구할 수 있는 규정이다. 이로 인해 글로벌 기업은 데이터의 저장 위치와 법적 관할권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었으며, Microsoft, Google은 이에 대응하여 EU 전용 리전(EU Data Boundary)을 선언하였다.
(3) 인도·러시아
인도는 결제·금융 정보, 러시아는 개인 정보를 반드시 자국 내 서버에 저장하도록 규정하여 데이터 로컬라이제이션을 의무화하였다. 이는 금융, 헬스케어, 공공 부문 진출을 위해 반드시 사전 대응이 필요한 조건이다.
1-3. 글로벌 클라우드 CSP의 리전 전략
이러한 데이터 지역화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자(CSP)는 리전 다변화 전략을 추진 중이다.

AWS는 2024년까지 12개 신규 리전을 예정하고 있으며, ‘주권 클라우드(Sovereign Cloud)’ 전략을 통해 각국 정부 및 기업의 로컬 규제를 충족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Google Cloud는 ‘Sovereign Controls’ 기능을 통해 관리 권한을 파트너/정부에 이관하는 모델을 실험 중이다.
1-4. 기업 사례: TikTok과 리전 분산 설계
중국계 기업인 TikTok은 미국과 EU에서 보안 우려가 커지자, 데이터를 미국(Oracle 인프라)과 아일랜드(EU 전용 리전)로 이중 저장하고, Project Texas, Project Clover 등을 통해 리전 분산 설계를 강화하였다. 이는 단지 기술적 설계가 아닌 정치적 신뢰 확보 수단으로서의 리전 전략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이처럼 글로벌 CSP와 다국적 기업들은 단순한 확장성보다 '데이터 주권'을 핵심 변수로 리전 설계를 재구성하고 있으며, 이는 SaaS 기업에도 동일한 전략적 고려를 요구하고 있다.
2. 한국의 현황: ‘디지털 주권’은 선언만 있는가?
한국 역시 "디지털 주권"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으나, 실제 클라우드·데이터 인프라 정책은 여전히 보안·내재화 중심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기술 독립성과 글로벌 경쟁력을 모두 확보해야 하는 현실 속에서, 한국은 디지털 주권을 ‘말’이 아닌 ‘실행 가능한 전략’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2-1. 개인정보보호법 개정과 국외 이전 통제 강화
2020년 개정된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은 한국의 데이터 활용 정책에 유연성을 부여한 동시에, 개인정보 국외 이전 통제를 명확하게 제시했다. 2023년 시행령 개정안에서는 국외 이전 시 사전 고지 및 동의 요건을 강화하고, 기업 내부 통제체계, 현지 저장 여부, 제3자 제공 방식 등을 명확히 명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글로벌 SaaS 기업뿐 아니라, 해외 클라우드를 사용하는 국내 기업에게도 데이터 저장 위치와 처리 방식에 대한 투명한 설명과 통제 권한 부여를 요구하는 규제로 작용한다.
2-2. 한국 클라우드 정책의 한계: ‘내재화’에 갇힌 주권 전략
한국 정부는 2015년 이후 ‘공공 클라우드 활성화 정책’을 추진해 왔으나, 실제 실행 구조는 외산 클라우드 규제 및 국산 CSP 보호라는 프레임에 머물러 있다. 클라우드 보안 인증(CSAP) 제도는 원칙상 모든 CSP에 적용된다. 하지만, 인증 획득의 비용과 시간이 높아 실질적으로 공공 분야에서는 국산 CSP를 우선적으로 사용하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반면, 글로벌 기술력과 서비스 다양성 확보에는 한계가 있어, 민간 기업은 여전히 외산 CSP 의존도가 높은 구조다. 결과적으로, 한국의 디지털 주권은 ‘외산 통제’ 중심의 내재화 전략에 머물고 있으며, 글로벌 기술 생태계와의 연계 전략은 부재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2-3. 한국형 GAIA-X는 가능한가?
한국에서도 네이버클라우드, KT Cloud, NHN Cloud 등 토종 CSP들이 주권 클라우드 역할을 자처하고 있으나, EU의 GAIA-X처럼 표준화된 인터페이스, 산업별 데이터 연합, 개방형 생태계 설계는 아직 부족한 상황이다.

결론적으로, 한국형 GAIA-X를 실현하려면 단순히 CSP 기술 고도화를 넘어서, 산업 간 데이터 연계 구조와 상호운용성 확보를 위한 정부-산업 공동 체계가 필요하다.
2-4. SaaS 기업의 전략: 데이터 주권을 위한 실질적 설계
글로벌·공공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SaaS 기업이라면, 다음과 같은 실질적 컴플라이언스 전략이 필요하다.
멀티 리전 / 멀티 CSP 전략: AWS + NaverCloud / Azure + NHNCloud 조합 등으로 지역별 데이터 저장 선택지 제공
DPA(Data Processing Agreement) 체계화: 고객과 데이터 처리 위치, 삭제 주기, 제3자 이전 여부 등을 명시
SLA 내 규정 준수 명시: 개인정보보호법, 국외 이전 고지 등 이슈를 서비스 약관 내에 반영
국가별 컴플라이언스 대응 매뉴얼화: 한국, EU, 미국 등 주요 규제에 맞춘 매뉴얼 제공은 고객 신뢰 확보의 핵심
요컨대, 한국의 디지털 주권 전략은 선언적 수준을 넘어서야 하며, SaaS 기업은 이를 비즈니스 경쟁력과 리스크 대응의 중심축으로 삼아야 한다.
3. 실전 전략: SaaS·클라우드 기업을 위한 대응 방안
글로벌 시장에서 데이터 주권 이슈는 이제 기술적인 ‘옵션’이 아니라 비즈니스 지속 가능성을 위한 ‘전략적 필수 조건’이 되었다. 특히 SaaS 및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를 운영하는 기업이라면, 데이터 저장 위치·이전 절차·보안 및 규정 준수 체계를 사전에 설계하지 않으면 주요 국가 시장에서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국내외 SaaS 기업들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전략으로 대응력을 높이고 있다.
3-1. 멀티리전(Multi-region) 설계: 데이터 분산을 전제로 한 인프라
멀티리전 설계는 단순한 가용성 확보를 넘어서, 데이터 주권 이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핵심 인프라 전략이다. 예를 들어, AWS는 고객이 데이터 저장 위치를 직접 설정할 수 있도록 리전 선택 기능을 제공하며, 한국과 일본, 싱가포르 등 아시아 내 복수 리전 기반 아키텍처를 지원한다. 국내 기업 중 SendBird, 뤼이드, 왓챠 등은 주요 SaaS 기능을 서울·도쿄·오레곤 등의 복수 리전에 분산 구축하여 GDPR, CCPA, PIPL 등 국가별 법령을 만족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특히 고객군이 공공·금융·유럽 사용자일 경우, 저장 위치의 투명성과 설정 가능성이 구매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3-2. 데이터 로컬라이제이션 대응: 국가별 규제 맵과 기술 구현
국가별로 데이터 저장 및 이전에 관한 규제가 상이하기 때문에, 기업은 각국의 요구사항을 사전에 분석하고, 이에 맞춰 기술적 기능을 준비해야 한다.

예컨대, Snowflake는 리전별로 고객 데이터가 격리 저장되며, 계정 생성 시 리전 선택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SAP의 경우도 공공 고객을 위해 EU Cloud, German Sovereign Gloud 등 국가별 데이터 독립성을 보장하는 기능을 추가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SaaS 제공자가 단일 글로벌 인프라만을 고집할 경우, 시장 접근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
3-3. 계약 및 운영 체계 정비: 컴플라이언스 명시의 ‘문서화’
법적 책임과 고객 신뢰 확보를 위해, 서비스 계약과 운영 프로세스에 ‘데이터 주권 준수 내용’을 명확히 반영해야 한다.
DPA (Data Processing Agreement): 데이터 처리 위치, 범위, 보유 기간, 삭제 방식 등을 명시하는 핵심 계약서로, SaaS 기업이 GDPR·CCPA·PIPL을 모두 커버하는 글로벌 고객을 상대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구비해야 함
SCC (Standard Contractual Clauses): EU 지역 고객과의 거래 시, 데이터 국외 이전에 대한 법적 안전장치로 활용됨
서비스 수준 협약(SLA) 내 규정 준수 조항 포함: 데이터 복구 주기, 접근 제한, 보안 인증 등과 함께 데이터 저장 위치 명시 항목을 추가
이러한 계약 구조는 단순히 법적 요구를 충족하는 수준이 아니라, 구매 결정 과정에서 신뢰를 확보하는 핵심 지표로 작용할 수 있다.
4. 결론: 클라우드는 글로벌하지만, 데이터는 국적이 있다
2020년대 글로벌 클라우드 환경을 관통하는 핵심은, 클라우드는 경계를 지우지만 데이터는 여전히 국경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SaaS와 클라우드 기술이 제공하는 확장성과 유연성은 분명히 매력적이지만, 그 이면에는 데이터 이동을 제한하고 통제하려는 각국의 강력한 정책 장벽이 존재한다. 특히 SaaS 기업이 글로벌 고객을 대상으로 서비스하려면, 기술적인 완성도 못지않게 데이터 컴플라이언스 역량이 비즈니스 지속성과 직결된다.
유럽 고객은 GDPR에 따른 국외 이전 사전 동의 및 보호 조치를 요구하고, 미국 고객은 CLOUD Act 우려로 리전 분리 및 관할권 명시를 확인하며, 아시아 여러 국가는 로컬 저장 및 검열 우려로 국가별 기술 분리를 요구한다. 이처럼 단일 글로벌 SaaS는 점점 허용되지 않는 구조로 변하고 있다. 단순히 클라우드 인프라를 구축하고 기능을 구현하는 것만으로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신뢰를 확보할 수 없는 시대다.
디지털 주권이 전략 자산이 되는 시대, 기업의 경쟁력은 다음과 같은 질문에 어떻게 답하느냐로 판가름난다.
고객은 내 데이터를 어디에 저장하는가?
그 데이터는 어떤 법적 틀에서 보호되는가?
위기 시, 우리는 해당 리전의 정책 변화에 대응 가능한가?
이러한 질문에 사전에 준비된 설계와 정책 대응력을 가진 기업만이 '신뢰할 수 있는 SaaS'로 간주된다.
4-1. 한국 SaaS·클라우드 기업에게 주는 메시지
한국 기업이 진정한 글로벌 SaaS 기업으로 도약하려면 다음의 전략이 필수다.
멀티리전 전략: 물리적 분산 저장은 이제 선택이 아닌 기본 전제
국가별 규제 대응력 내재화: 정책 분석, 계약 문서화, API 로그 관리 등
정책 친화적 인프라 설계: 기술 중심이 아닌 ‘정치·법적 대응력’ 중심 아키텍처
컴플라이언스 설계 없는 글로벌 전략은 무의미하다. 클라우드는 글로벌하지만, 그 위에 올라간 데이터는 국가마다 국적을 갖는다. 그리고 바로 그 국적이 SaaS의 경쟁력과 생존 가능성을 가르는 핵심 요소가 되고 있다.
5. 참고문헌 및 출처
5-1. 글로벌 정책 및 규제 관련
GAIA-X Project – https://www.gaia-x.eu
Project Sylva by Linux Foundation Europe – https://lfprojects.org/sylva/
China Data Security Law (数据安全法) – National People’s Congress of China
U.S. CLOUD Act – U.S. Department of Justice, 2018
India Data Protection Bill (DPDP Act) – Ministry of Electronics and IT, India
Russia Personal Data Law – Federal Law No. 152-FZ on Personal Data, 2006
5-2. 클라우드 기업 및 리전 전략
AWS Global Infrastructure – https://aws.amazon.com/about-aws/global-infrastructure/
Microsoft Azure Global Regions – https://azure.microsoft.com/en-us/global-infrastructure/geographies/
Google Cloud Regions – https://cloud.google.com/about/locations
TikTok's US Data Storage Plan with Oracle – Reuters, “TikTok moves U.S. user data to Oracle servers”, 2022
5-3. 한국 관련 정책 및 현황
데이터 3법 개정 관련 보도자료 – 개인정보보호위원회, 2020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 클라우드 보안 가이드라인 – https://www.kisa.or.kr
네이버클라우드 글로벌 전략 – 네이버클라우드 공식 블로그, 2023
KT Cloud, 국산 CSP 전략 발표자료 – KT 공식 뉴스룸, 2024
5-4. 계약 및 법적 대응 문서
Standard Contractual Clauses (SCCs) – European Commission
Data Processing Agreement (DPA) Sample – IAPP (International Association of Privacy Professiona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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