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IAL

500 Global Founders Retreat 후기 인터뷰

November 29, 2024

Q. 500 포트폴리오사가 아닌데 어떻게 500 Global Founders Retreat에 가게 되었나?

원래 500의 포트폴리오사들을 위한 워크샵으로 시작된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번의 경우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아산나눔재단, 글로벌창업사관학교 등에서 추천을 받아 선발된 기업들도 함께 참여할 수 있었고, 그 중 우리는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의 추천을 받아 참여했다. 참가 전 오티에서 500으로부터 들은 말 중 인상 깊은 말이 있다.

“여기 참여하는 기간동안은 포트폴리오사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 도울 것이다. 투자자, 스타트업의 관계가 아닌 다같이 어울려 놀 수 있길 바란다. 대표님도 다 내려놓고 오셔라. 머리를 핑크색으로 염색하고 와도 된다.”

근래 더 차가운 투자 씬에서 우리 투자자가 아닌 분께 이런 말을 처음 들었다.


Q. 대략적으로 전체 프로그램은 어떻게 진행되나?

총 11월 5일부터 14일까지 열흘간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주말이 껴있었는데, 주말은 각자 업무 보거나 쉴 수 있도록 Day OFF 상태였고, 나머지 날들은 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쭉 세션이 있었다. 의도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전체 프로그램은 두개의 큰 주제로 나뉘어있는 것 같았다. 1주차에는 스타트업의 폭발적인 성장과 관련된 세션이 대부분이었고, 2주차에는 지속가능한 스타트업을 위한 웰니스를 다뤘다. 처음에는 2주차 내용이 나에게 필요한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끝나고 나보니 둘 중 한 주제만 다뤘다면 이 프로그램의 핵심 가치관이 전달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2주차도 매우 가치있는 시간이었다.


Q. 숙소나 항공도 지원이 되었나?

아니다. 숙소와 항공 모두 각 기업 부담으로 각자 예약해야 했다. 그래서 참가자 모두 다른 비행기를 탔고, 모두 다른 곳에서 지냈다. 우리 팀의 경우 알고 지낸 대표님께서 흔쾌히 집을 빌려주셔서 정말 감사하게도 숙소 걱정 없이 지냈다. 대부분의 세션은 팔로알토 부근에서 진행되었는데, 우리 숙소는 샌프란 쪽이라 매일 왕복 2시간을 렌트카로 운전해서 (베스트 드라이버 영범님께 무한한 감사를) 출퇴근 했다. 우버도 고려했지만 너무 비싸서 렌트하기로 결정했다. 처음에는 출퇴근 시간이 긴게 너무 걱정되었다. 그러나 인생사 새옹지마라 했던가! 우리는 렌트했던 큰 SUV에 동향 분들을 모두 픽업해서 매일 같이 출퇴근하며 서로 더 친해질 수 있었다. 그 분들을 만난게 이게 이번 여정의 가장 큰 행운이다.


Q. 진행된 일정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알고 싶다.

0일차 (11월 4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도착

1일차 (11월 5일) YC 스타트업을 엑싯한 경험이 있으신 현 Vertical Bar의 대표 Sol Eun님의 세션이 있었다. 이후 각 기업별로 1:1 딥다이브 세션이 진행되었다. 이날 가장 기억에 남는건 바로 이 딥다이브 세션에서 우리를 담당하신 션님과 직관적인 문답을 한 것이었다. 우리 팀을 소개할 때나, 우리 서비스를 소개할 때, 그리고 시장 조사 인터뷰를 진행할 때도 상대방이 더 듣고싶고 응하고 싶은 대화를 할 수 있는 방법을 말씀해주셨다. 그래서 이 날 우리는, 법인 설립한지 4년이 다 되었음에도 우리가 안다고 믿고 있던 모든 걸 내려놓고 다시 처음부터 이야기하는 법을 배웠다.


2일차 (11월 6일) 낮 세션에는 Darwinian Ventures의 Andrew와 Kris로부터 B2B 세일즈와 디지털 마케팅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업무에 필요한 조언들도 좋았지만, 나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 두개 있다.

  • 당신이 당신을 정의하지 않으면, 남들이 당신을 마음대로 정의할 것이다. (브랜드 마케팅 관련 조언 중)

  • 인생에서 하는 모든 선택은 신뢰를 만들거나, 신뢰를 부수는 일이다.

이 날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늦은 오후 시작된 Founders Forum이다. 처음에 제목만 봤을 때는 이게 무슨 활동인지 감이 안잡혔다. 이 세션에서는 크게 세 그룹으로 나눠서 각자 인생 그래프를 그려보고, 그룹끼리 서로의 인생 이야기를 공유하고 들어주는 활동을 했다. 처음에는 일로 만난 사이에 과연 얼마나 솔직할 수 있을까 의심도 되었는데, 각 그룹에서 나온 이야기는 서로의 비밀 이야기로 지켜주자! 라는 규칙 때문인지 모두 정말 솔직하게 이야기 하시고 그 이야기를 차분히 들어주셨다. 이 세션으로 각각 회사에서 출장 나온 사람들에서 진솔한 이야기도 터놓은 친구같은 분위기로 바뀐 것 같다.


3일차 (11월 7일 목요일) 아침에는 Querypie (YC W20) 창업자이신 500 Korea의 Peter님께서 전체 스타트업 시장에 대한 분석과 접근 방식, 흔히 하는 실수를 정리해주셨다. 정말 본질적인 부분부터, 스타트업이 흔히 하는데 잘 모르는 실수도 말씀해주셔서 인상 깊었다. 이후에는 Amazon, Apple 등 다수의 기업에서 CS/X를 담당하신 Jina Kim님의 세션과, 성공하는 스타트업의 특징과 애티튜드를 알려주신 한기용님의 세션이 있었다. 식사를 하고나서, 미해군 특수부대 출신 창업가 Chuck의 세션과 Remote의 공동창업자 Marcelo의 세션도 진행되었다. 저녁에는 500 Japan 팀과의 Winter Mixture 네트워킹 파티가 있었는데, 우리는 따로 참여하지는 않았다.


4일차 (11월 8일 금요일) 오전에는 500 Japan 팀과 함께 Carta (우리나라로 치면 주주나 쿼타북 같은 서비스) 본사에 방문했다. 오후에는 Google San Fransisco 오피스에서 열린 네트워킹 행사에 참여했다. (구글 행사 분위기 체감용 짧은 영상)


5일차 (11월 9일 토요일, Dayoff) 4일동안 매일 2-3시간 잤던 피로가 물밀듯이 몰려와서, 잠도 푹 자고 휴식을 취했다.


6일차 (11월 10일 일요일, Dayoff) WRTN 이세영 대표님께서 연락 주셔서 점심에 커피챗을 했다.


7일차 (11월 11일 월요일, Veterans Day) Huddart Park에서 산길 트래킹을 했다. 끝나고 500 Korea 팀 에어비엔비로 초대해주셔서 다같이 에어비엔비에서 저녁도 먹고 와인도 마셨다.


8일차 (11월 12일 화요일) Notion 본사에 방문해서 세션을 들었다. Notion 오피스는 신축 건물 같은 곳에 있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창고 단지 같은 곳에 위치해 있었다. 비유하자면 큰 창고를 개조해 만든 성수동 감성 카페 같은 느낌이 들었다. (Notion 짧은 영상) 그리고 곧장 Stripe로 이동해서 Stripe 카페테리아에서 점심을 먹었다. 점심은 화요일이라 그런지 타코가 나왔고, 모든 음식이 정말 신선하고 맛있었다. (Stripe가 구내식당이 맛있기로 유명하다고 한다.) 점심 먹고 다음 세션이 진행되기 전까지 오피스를 둘러볼 수 있는 여유 시간이 있었는데, 내가 본 회사 중에 가장 창의적인 오피스 건물처럼 보였다. Stripe에서 남은 세션을 들었다. Stripe의 분위기는 사진으로 담기 어려워, 영상으로만 올린다. (Stripe 오피스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짧은 영상)


9일차 (11월 13일 수요일) 이 날부터 이틀간 Woodside 숲속에 있는 멋진 3층 오두막에서 세션이 진행되었다. 여기서의 첫번째 세션은 애플, MS, 메타 등에서 근무하시고 최근에는 웰니스 코칭 분야를 창업하신 피플+컬쳐 김미루 대표님의 Start Up Yourself 세션이었다. 오후부터는 실리콘밸리 투자자분들을 모시고 진행된 Final Graduation IR Pitch Contest가 진행되었다. 쟁쟁한 팀들 사이에서 왈라는 무려 2위를 차지했다!


10일차 (11월 14일 목요일) 오전부터 밤까지 Jenny Huang 코치님의 멘탈 훈련과 감정의 회복력에 대한 세션이 진행되었다. 저녁에 Farewell Dinner을 끝으로 모든 프로그램이 마무리 되었다.


Q. 이번 참가로 무엇을 얻었나

이번 리트릿(Retreat)은 의미 그대로 한 발자국 후퇴해서, 우리의 지난 전진을 되돌아보는 시간이었다. 창업하면서 가장 필요하지만 얻기 힘든 시간이 뒤로 물러나서 보는 시간인 것 같다. 이 업계에 있다보면 항상 우리가 만드는 것에 확신을 가지고 고객이든 투자자를 설득해야 할 것만 같다. 그래서 보통 스타트업 워크샵을 가면, 이런 일상에 위로를 건네는 듯한 ”너네 잘 하고 있어! 스스로를 믿고 앞으로 나아가!”와 같은 말을 들으며 다시 한 번 전진하는 법을 상기하곤 한다. 그것도 정말 필요한 용기를 준다. 그런데 여기는 특이하게도, 그런 위로가 아닌 “너네 잘 하고 있는거 맞아? 다시 처음부터 생각해봐.”의 일보 후퇴를 요청한다. 심지어는 숨을 쉬는 것부터 내가 나와 우리 프로덕트, 회사를 소개하는 것부터 다시 가르친다. 내가 당연히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들부터 다시 알려주면서 모든 것을 재점검해보라고 한다. 어떠한 의심은 나를 갉아먹을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우리를 온전히 믿어주면서 던진 후퇴의 말은 오히려 내가 놓쳤던 것들을 살피며 원래 하던 퍼포먼스의 두배 세배를 해내게 한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

모든 섹터의, 모든 라운드의 창업자에게 도움이 되는 만능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나와 공동창업자는 아침부터 진행된 매 세션 사이 10분도 안되는 짧은 쉬는 시간마다 서로 얻은 인사이트를 우수수 쏟아내며 우리의 미래를 실컷 상상할 수 있었다. 극강의 스케줄과 잠을 이겨가며 들었던 세션들은 한국에 돌아와서도 깊게 남았다. 오랜만에 우리 팀원들이 아닌 사람들과 긴 시간을 보내며, 나 스스로를 돌아보고 정비해 볼 수 있었다. 내가 잊고 지낸 소중한 가치, 사람의 따뜻함, 인사이트를 만들어내는 끝 없는 인풋까지. 이 후기를 여기까지 읽은 당신, 다음 리트릿에서 꼭 나와 같은 행운이 함께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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